시론
간담도췌외과 김송철 교수
융합 연구에 대한 임상 의사의 소고
최근 4차 산업의 발달과 함께 가장 많이 회자 되었던 용어 중의 하나는 “융합”이라는 용어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연구가 단일 학문에서 깊이를 중요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성공하려면 한 우물을 파라” 하는 격언이 학문에도 적용되던 시절이었다.
실제 예전에는 이러한 방식의 접근이 성공을 이끌었던 것도 일부 사실이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인들은 이러한 부분에 매우 익숙한 민족성을 지니고 있어 많은 장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생업에서나 연구에서나 그 대중성에 관계없이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일본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많은 일본학자들이 평생을 한 분야만 집중하여 성공한 예가 많이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의 급격한 시대의 변화는 연구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정보들이 짧은 시간 투자만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해지고 많은 연구자들과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앞에서 언급한 오랜 기간에 걸쳐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다양한 지식을 얼마나 빨리 획득하고 학문에 적용하는 능력이 성공의 열쇠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 분야는 여러 분야의 학문이 집약되어야 하는 성과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의학에서 점점 많이 쓰이고 있는 수술용 로봇은 첨단 광학 기술, 전산 처리 기술, 첨단 디자인 기술, 첨단 공학 기술 등이 집합되고 융합된 산물들이다. 점점 세상은 간단한 수공업을 이용한 산물보다는 여러 요소 기술이 융합된 산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래 연구의 화두로 융합이라는 개념은 이렇듯 우리 의학 연구에도 적용이 되고 있고 필자의 경험으로도 이러한 중요성은 피부로 실감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좋은 융합 연구를 할 수 있을까 하고 많은 시간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연구에서의 진정한 융합이라는 것은 단순한 1+1의 개념이 아니다. 섣부른 융합은 물과 기름을 단순히 섞어 놓으면 절대 섞이지 않듯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할 뿐이다. 필자는 길지는 않지만 지나온 시간 동안 많은 기초 연구자나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해오며 좋은 추억과 성과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시간의 소모와 상처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어느덧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며 융합 또는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에서 어떤 이유로 이러한 차이를 가져왔을까 하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분석해 보기도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융합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마음의 융합이라고 생각된다. 연구자마다 개인적인 성향과 능력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진정한 융합이 되기 위해서는 물과 기름과 같이 자기의 성향을 지나치게 가지고 가면 융합점을 찾기 힘들 때가 많다. 자기의 고유성은 잃지 않아야 하겠지만 접점 부분에서는 자기를 가능한 놓아야 한다. 의학자는 의학에서 배우고 또는 환자를 접하며 생긴 습성화 된 부분을 놓아야 하고 기초 과학자들은 기초 연구에서 습득된 연구에 대한 고정 관념이나 좋은 연구를 위해 희생해왔던 사람 사이에서의 관계 수립 등에 대하여 새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예전에 필자가 많은 임상 샘플을 조사하여 그 유전자적 특성을 공공기관에 저장하여 모든 기관이 의학을 위해 쓰도록 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얼마의 기간이 지나 이 자료를 써서 연구하시겠다는 기초 연구자가 있어 간단한 회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기초 연구자의 공동 연구에 대한 관점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 기초 연구자는 이러한 자료를 만든 연구자가 왜 공동 연구자로 들어가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 연구자의 생각은 임상 자료는 그냥 단순한 자료일 뿐이고 그걸 가지고 연구하는 기초 연구가 진짜 연구라는 취지였다. 물론 연구라는 단어 자체가 무언인가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임상 문제를 연구하는 임상 연구에서는 이러한 관점은 잘못된 관점이며 많은 임상 의사를 중개 연구에서 멀어지게 한다. 저자의 문제를 떠나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부분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인내일 것 같다. 융합 연구는 개인이 혼자 하는 연구에 비해 예기치 못한 새로운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문제는 개인 연구에서 보다도 복잡하고 풀기 힘들 때가 많다. 위에서 언급한 서로의 희생과 버림이 있다 하더라도 성공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필자의 일부분 성공한 예에서 볼 때 오랜 기간 이러한 융합 점을 찾기 위한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많은 실패한 예에서는 단기간의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였을 때 처음 큰 기대감과 달리 대부분 실패하였다. 그러나 융합 연구 초창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서로의 의견 교환 등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며 오히려 이러한 문제점들이 좋은 clinical unmet need가 되어 연구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최근 비교적 top journal에 속하는 nature cell biology에 융합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 연구는 이러한 좌절들을 몇 번을 넘어서 2년 이상의 융합 연구를 통해 결실을 보았다. 초기의 기초 연구팀은 임상에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던 부분이 많아 그 이상의 연구를 포기하려 했지만 많은 토의를 거쳐 임상에서 이를 증명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반면에 실패했던 한 예는 초기 모임에서 우수한 경력을 지닌 기초 연구자와 함께 정말 좋은 아이디어와 초기 결과가 있어 임상에서 많은 노력을 해 2차 결과를 모았으나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 이러한 일은 연구에서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의 연구자께서는 결과를 본 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앞서 언급한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비교하면 이번 2차 결과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이며 당연히 연구자로서 서로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하는 것이 기본 자세라 생각했던 필자로서는 가슴에 큰 상처로 남게 되었다. 때론 이러한 형태의 실패는 마음의 상처가 되어 중개 연구에서 한발 멀어지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초기에 융합 연구에 실패한 많은 임상 의학 연구자들이 이러한 상처를 입고 연구에서 발을 떼기도 했을 것으로 생각되고 반대로 적지 않은 수의 기초 연구자들은 임상 의학자들의 때론 이해가 되지 않는 태도에 기초 연구에만 몰두하기로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끝으로 모든 의학 연구에 적용이 되기도 하지만 성공적인 융합 연구를 위한 조건으로 연구의 가치관 설정을 제시하고 싶다. 의학 연구가 다른 분야의 연구들과 차이가 있는 점은 대부분의 연구가 우리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연구이며 그중 많은 부분은 질병을 겪고 있는 환자의 치료를 위한 최종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 연구 가치는 의사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생활을 시작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할 때 맹세하는 의업의 가치와 일치한다. 대부분의 의사는 실제 환자와 만나는 의업에 종사하게 되나 다른 연구자들은 다른 부분에서 의업에 종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격은 다르나 일종의 맹세가 따르는 것일 수 있다. 이 맹세는 앞으로의 연구가 환자의 치료와 건강이 목표가 되게 하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임상 의사가(직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환자치료에 중점을 갖는 철학을 갖게 되는 동기가 되고 실제 전공의 등 기나긴 기간을 참고 견딜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기초 연구자들께서 의학 연구에 지치지 않고 궁극적인 목표를 경제적이거나 명예로 치우치지 않게 하는 동력도 여기서 출발 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가 의 공학 분야에서 같이 일하면서 의 공학 분야(의료 기기 등)가 일반 의생물학 분야의 연구에 비해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종종 보아왔다. 이런 가치관이 우리나라 의료 기기 분야의 발전에 아주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여 많은 임상 의사들이 공동 연구를 위해 전력을 다하지 못한 이유가 되어 왔다. 안타까운 부분이고 많이 개선은 되고 있으나 현재 여건상 쉽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동력도 목표를 어느 것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러한 환자 중심의 가치관을 지닌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앞으로의 인류의 삶이 4차 산업을 중심으로 AI 등 인간적인 부분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도 있는데 이러한 비인간화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연구자들이 이러한 인문학적인 철학을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적인 문제는 인간적인 철학으로 정면으로 맞서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 날씨가 참으로 아름답다. 웬일인지 미세먼지도 없고 황사도 없고 마냥 파랗기만 하다. 어쩌면 코로나가 가져온 역설일까 하고도 생각해 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많은 개인적인 생각들을 두서없이 써내려 갔다. 굳이 다른 의미로 정리를 하자면 연구자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일과 삶이 행복하게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 연구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온 본 연구자는 이러한 행복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자기 양보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기본 조건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소고를 마칠 까 한다. 의공학 연구소의 모든 분들에게 어려운 코로나 시대를 잘 극복하고 행복한 시간이 빨리 오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