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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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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공학연구소장 최재순

유난하게 덥고 길었던 여름을 보내고 다시 맞은 가을이 더없이 반갑습니다. 가을에는 왠지 뭔가 이루고 만나고 얻을 것을 기다려도 될 듯한 뜻모를 설레임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나간 한 해가 여러가지로 씨뿌리고 가꾸는 일로 힘겹고 수고로왔다면 더욱 분명하겠거니와, 그렇게 맘껏 애쓰지는 못한 듯 싶더래도 후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보따리 마냥 내 것도 뭔가 소소하게라도 있을까 싶어집니다. ‘만년 유망주’, 뭔가 성장할 것 같은 싹은 보이는데, 꼭 그 수준으로 그냥 내내 그러한 사람, 주말 골퍼들이 농담으로 가끔 주고 받는 칭찬 아닌 칭찬인데요. 의공학이라는 분야도 약간 비슷한 느낌으로 오랜 시간을 지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금 낡은 단어로, 사반세기 전, 제가 대학원에서 의공학 연구를 훈련 받던 시절에도 의공학은, ‘미래는 밝은’ 분야였고, ‘유망한’ 분야였는데, 도대체 그 밝은 미래가 언제나 오는 건지 긴 시간 기다림이 길었습니다. 영어로 biomedical engineering 은 왠지 높고 멋지게 들리는데, 실제로도 미국의 의공학 분야 대학원들이 ‘높은’ 대우와 관심을 받는다 소문도 종종 듣고 했지만, 우리 의공학은 용어부터도 의용생체공학, 생체의료공학, 생의공학, 등등 번역도 다양했고, 뭔가 다른 전통과 역사의 공학 분야에 비해 좀 가볍고 일견 모호하기도 한 분야로 치부되고, 그러면서 그 전문성도 여러 수준의 강도로 비판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의학과 공학을 아우르는 일이 지금도 제대로 잘 이루어 지기 어려운 것이어서 많은 사단들이 나거니와, 이 아우름이 또 어떤 면으로는 그 분명한 필요성과 의미가 있기도 하여서 의공학은 실은 그 와중에도 갈수록 분명한 자리를 더욱 공고히 잡아왔고, 근년들어서는 의료기기 분야의 우리나라 산업 기반도 성장하고 더욱 성숙해 지는 가운데, 인공지능, 로봇, 디지털헬스 등 더욱 복합적인 기술의 출현과 발전이 더해져서 이제는 ‘정말로 유망’한 분야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유망’한 것이 꼭 추구하고픈 좋은 가치인 것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번 소식지에서는 뒤늦게 바삐 준비를 갖추어 가고 있는 저희 올해 심포지엄 소개를 드리고자 합니다. 생성형 AI와 이제는 이름을 다 기억하기도 힘든 세분화된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들이 더욱 거센 변화의 파고를 일으켰던 한 해 였던 것 같습니다. 원리의 발견이 과학이라면, 그리고, 발견된 원리를 활용하여 무언가를 설계하고 만드는 것을 공학이라고 상대적으로 설명해 보기로 한다면, ‘생성’은 공학에서는 어떤 의미가 될지요? 다만 ‘만들어 냄’과는 다른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게 생성형 AI의 산물들은 적어도 ‘창조’는 아님을, 그 고유한 능력과 그에 기반하는 존재감에 도전 받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 또는 ‘인간’ 또는 ‘인류’로부터 내내 고집스럽게 구별 받아오고 있긴 하구요. 그러나, 인류도 이 새로운 ‘생성’이 한편 신박하기도 하고, 썩 나쁘지 않은 쓸모도 있어서 – 성가신 일들을 덜어주고 좀더 게으르고도 같은 벌이를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 – 온 동네가 열띤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으니, 뭔가 그 의미의 지금과 다음을 계속 고민해 보게 됩니다. 더욱이 의료에서는 또 어떠한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열어주게 될런지도 포함해서 말이지요. 해서 올해는 주제를 “Generative Engineering in Medicine”으로 정해 보았습니다.


화두는 ‘생성’이지만, 세상이 어느 ‘하나’, ‘한 가지’ 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모습과 성격은 다르지만 다양한 ‘생성’의 추구가 있는 영역들을 두루 세부 주제들에 담았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의공학적 활용은 물론 포함하여서,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임상적 근거의 ‘생성’, 새로운 의료 기술과 기기의 구현을 위한 환자와 의료기기의 디지털 모델의 ‘생성’, 재활의학의 새로운 방법을 여는 디지털 기술 기반의 가상 환경과 상호작용의 ‘생성’, 그야말로 ‘생성’ 그 자체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성형외과 분야의 의공학 기술, 그리고, 오래된 주제이지만 의공학의 초기 시절부터 주요한 ‘생성’의 주제에 하나였던 인공심장 기술의 오늘의 일부를 살펴보는 세션까지 다양한 세부 주제들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의료로봇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성’을 도모해 보는 공동연구 교류 세션도 포함하였습니다.
 

병원에서는 아직도 마스크를 모두가 쓰고 있고, 뭔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혹은 아예 이제는 그렇게 바뀌어 버린 듯한, ‘그 사태’ 전엔 없었던, ‘제한’들이 여기저기 뚜렷하지만, ‘생성’의 시대 (generation of generation) 가 회복을 넘어선 그 무엇을 혹시 가져오려는지, 함께 활발한 정보 교류와 융합의 기회를 가져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서 ‘애매한’ 의공학 얘기로 말씀을 시작드렸었는데요, 사실 신약 개발도 막상 들여다 보면 오랜 정부 투자와 다양한 민간의 노력 끝에 이제 근년 들어서야 해외에서도 우리 기술을 인정하고, 진정한 우리 신약이 또 연관된 신기술들이 의미있게 생산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개인적인 조망이 있습니다만, 부디 의공학 분야에서 또 의료기기 개발과 임상 실용화 분야에서 애쓰시는 여러 선생님들께서도 이제는 온 나라가 큰 기대와 깊은 관심으로 응원하며 바라보아 주고 있는 - 최근의 의료기기 스타트업과 의료기기 수출 동향 등의 괄목할 성과는 이루말할 것도 없거니와 - 이 좋은 때에 부디 모두 크고 높은 성과를 거두시고 보람 있는 또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11월 16일 심포지엄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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