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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복강경 절제술, 개복수술보다 합병증 적어"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복강경로봇간절제수술센터 소장 인터뷰
 November 25,  2017

간은 ‘침묵의 장기’다. 간암을 발견했을 때 이미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 환자가 많아 국내 간암 환자 10명 가운데 4명 정도만 수술이 가능하다.

간암은 수술도 녹록하지 않다. 간에는 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고 절제 수술을 할 때 범위가 넓어 출혈과 상처감염 등이 잘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암 수술을 할 때 되도록 배를 여는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이 권장된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에게는 기쁨이지만 의사에게는 고통’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환자에게는 좋은 수술이지만 의사에게는 무척 까다로운 수술이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복강경로봇간절제수술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기훈(51)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간세포암(간 내부에서 생긴 암으로 전체 간암의 60~70%정도)을 복강경으로 가장 많이 수술한 의사다. 2007년 7월부터 지금까지 450례 넘게 시행했다. 지난 10월 ‘제5회 대웅의료상-이승규 간이식 임상ㆍ연구상’을 받은 것도 이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복강경을 이용한 간세포암 절제술은 간 주위 조직에 대한 손상을 최소화하고, 흉터와 통증 감소로 빠른 조기 보행과 미용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종양학적으로도 개복 수술과 비교해 문제가 없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 복강경을 이용한 간세포암 절제술을 설명하자면.

 

“배에 지름 1㎝정도의 작은 구멍 다섯 개를 뚫어 복강경 기구를 뱃속에 넣고 암이 있는 구역을 잘라내는 수술이다. 수술시간은 개복 수술과 비교해 약간 더 걸리거나 비슷하다. 하지만 합병증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르다. 복강경을 이용한 간세포암 절제술은 출혈 위험이 크고 어려운 수술이다. 산부인과나 대장항문, 갑상선 영역 등에 비해 도입이 늦었다.

수술 초기에는 논쟁도 많았다. 간세포암은 재발을 낮추기 위해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암으로 가는 혈류를 구역에 맞게 정확히 잘라내야 하는데 복강경으로 하면 수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개복 수술에 경험이 많은 외과 의사들이 암으로 가는 구역의 혈관을 제대로 파악하고 간의 해부학적으로 잘라내는 수술법과 종양학적인 임상연구결과가 많이 파악돼 최근에는 학계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하나.

 

“복강경 기구로만 수술하기에 적용되는 환자의 기준이 있다. 지름 7㎝ 미만인 종양이 하나만 있는 환자가 주된 대상이다. 물론 종양이 다소 크거나 개수가 한 개 이상이더라도 간의 한쪽 엽(葉)에 위치해 있으면 복강경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종양 위치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간문부나 주요 간정맥에 근접해 있거나, 간 구조물 즉, 혈관이나 담도에 변이가 생겼다면 개복 수술이 안전하다. 간은 혈관이 많아 출혈 가능성이 높고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장기이기에 복강경 간세포암 절제술은 모든 외과 영역에서도 가장 어려운 수술의 하나다. 간은 아무리 잘 잘라내도 남아 있는 간의 용적이 적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환자가 목숨을 잃기에 주의해야 한다.”

 

- 수술 결과는 어떤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360건의 수술을 분석한 결과, 합병증이 생긴 환자는 다섯 명에 불과했다. 복강경 수술의 합병증 발생률이 1.5%인데 개복 수술(7.3%)보다 훨씬 적다. 이들도 대부분 심각한 합병증이 아니라 상처 등의 사소한 문제였다. 환자 1년 생존율은 98.7%, 5년 생존율은 86.4%로, 개복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

▲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간은 침묵의 장기여서 질환에 걸려도 증상
     이 전혀 나타나지 않으므로 B형이나 C형 간염 보균자는 간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주기적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받기를 권한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 환자가 병원을 선택할 때 고려할 점은.

 

“간으로 가는 혈관과 담도의 40%정도는 변이가 있다. 외형적 기형이 아니더라도 혈관 모양이 다양하다. 담도 모양도 마찬가지다. 아픈 간만 보면 이 같은 구조를 잘 모를 가능성이 있다. 생체 간이식 수술이 많은 우리 병원의 경우 기증자의 건강한 간을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로 떼내는 경험이 쌓이면서 간의 혈관 구조를 잘 알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 필요한 능력은 경험과 감각이다. 복강경과 같이 난이도가 높은 수술도 개복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가 잘한다. 수술 경험이 많은 센터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 간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말은.

 

“간을 잘라내는 수술이 1차적인 치료다. 일반적으로 다른 비수술적 치료보다 매우 효과적이다. 간이식도 있지만 이는 암 진행상태, 해부병리학적 결과, 기증자 여건 등으로 인해 제한적이다. 최근 간의 좌외측엽에 국한된 간세포암 절제술은 이미 복강경 수술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앞으로 더욱 넓은 범위의 간 수술이 복강경 수술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복강경 수술을 한다고 하면 쉬운 수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이어서 수술 부위 상처가 작고 빨리 퇴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좁은 구멍으로 기구만 넣고 개복 수술과 똑같이 하는 것이라 절대 간단하거나 쉬운 수술은 아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훨씬 더 어렵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수술법이다. 특히 악성 종양 제거수술에서 종양을 정확하고 확실히 잘라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 조건이 안 된다면 개복 수술을 하는 게 맞다. 간암 수술할 때에는 간 절제술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아 상담하고 환자 상태에 맞는 안전한 방법으로 수술 받기를 권한다.

아울러 병이 걸리지 않은 사람도 잦은 음주 등으로 간질환 유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간의 ‘침묵의 장기’라 질환이 생겨도 전혀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김기훈(오른쪽)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가 복강경을 이용에 간세포암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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