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을 이용한 흉부 CT에서 바이오마커 자동 추출 소프트웨어 - 기술이전
2004년에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연구원 및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맡았던 일들 중에 하나가 폐의 정량영상 바이오마커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때에도 이미 미국의 Iowa 대학의 Eric Hoffman교수님의 연구를 기반으로 spin-off한 VIDA의 Apollo라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처음에는 이 그룹의 review paper부터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연구생활이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영상 SW개발이 이렇게까지 어려울지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특히, 흉부 CT를 촬영할 때 생기는 다양한 환자의 자세, 호흡레벨, CT 장비, 프로토콜 등의 차이 뿐아니라, 정상환자의 해부학적 변이(variation) 뿐만 아니라, 훨씬더 심한 질환의 변이까지를 극복하는 강인한 정량영상 바이오마커를 추출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폐의 구조물중에 혈관이나 기도와 같이 나뭇가지가 분지하는 것처럼 복잡계를 따르면서 가늘어지는 구조는 어느 순간에 CT 해상도의 경계를 넘고, 또 심장이나 호흡에 의한 모션 아티팩트에도 매우 민감하여 정량 바이오마커를 추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고전영상처리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특허 4개를 2014년경에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인 코어라인 소프트에 기술이전 할 수 있었다.
그후 새로이 각광을 받은 딥러닝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에 개발했던 고전영상처리 기법을 이용하여 빠르게 대규모의 고품질 레이블을 생성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기존의 고전영상처리 기법만으로 개발하기 어려웠던 고품질의 정량영상 바이오마커를 추출하는 딥러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특히 세계 사망원인 4위인 만성기도폐쇄성폐질환을 진단 및 치료방침 결정을 위한 폐기종, 기도, 혈관, 날숨/들숨간의 변화 등을 사람의 개입없이 전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는 딥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6개의 특허와 노하우를 코어라인 소프트에 2019년에 기술이전을 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코어라인이 세계적인 흉부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인허가 및 수출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이는 EU가 주관하는 ‘EULCS Trial(4-IN THE LUNG RUN)’의 소프트웨어로도 선정됐다.
기존의 NELSON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폐암검진 프로토콜(검진대상•주기, 금연 연계 등)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로 6개국 9개 기관이 참여하는, 유럽에서 가장 큰 코호트 스터디인 NELSON Trial2에 기존의 미국회사인 VIDA의 Apollo SW를 제치고, 공식 분석 소프트웨어가 된 것은 연구자로 써도 영광이고, 우리나라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을 세계적으로 알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그림 1. 사람 개입없이 딥러닝을 이용하여 흉부 CT에서 만성기도폐쇄성폐질환의 다양한 영상정량 바이오마커를 자동 추출하는 기술
이런 성공의 배경에는 다양한 교훈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아산병원 폐영상 섹션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폐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던 환경과, 딥러닝 시기 이전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및 다양한 고전영상처리 기법을 개발해 놓을 수 있어서,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대량의 고품질 레이블을 쉽게 만들 수 있었던 점과, 인공지능이 틀리더라고 쉽게 수정할 수 있는 고전영상처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두었다는 점, 그리고 코어라인 소프트의 뛰어난 개발 능력 등이 모여서 낸 성과로 생각된다.
실제로 임상에 쓰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산을 넘어야겠지만, 의료에 쓰이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길을 오래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지금도 연구실과 회사 등에서 각자 맡은일을 열심히 하는 연구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 김남국 교수는 2013년부터 우리 병원 융합의학과 및 의공학 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현재 융합의학과 부교수로 의료인공지능 및 3D 프린팅 등을 이용한 중개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영상의학과, 병리과, 호흡기내과, 마취과, ICU, ER,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유방외과 등 다양한 임상과와 협력하여 각종 질환에 대한 중개연구를 진행 중이며, 다수의 국책 과제를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