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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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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공학연구소장 최재순

더운 여름 지나 상큼한 새 맘이 들게하는 가을을 맞으면 뭔가 남은 반년을 더 알차게 채워보고 싶은 의욕적인 맘을 의례 가져보게 되는데, 이번에는 창업에 대해 짧게 경험한 이야기를 드려보려고 합니다. (깊이 있는 주제나 방향성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후일담을 주절주절 말씀드릴 거라 그냥 여기서 더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결단’은 어느날 갑자기 떠밀리듯 한 것 같습니다. 워낙에 여러가지 국책과제의 결말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못하게, 실용화 단계를 잘 넘지 못하거나 어렵사리 겨우 임상 단계 진입의 턱걸이 정도에 그치는 일들을 자주 보아오면서 뭔가 직접 역할을 한번 언젠가 해 보리라는 생각으로, 어느 국책과제 하나를 계획하면서 아예 당차게 회사를 창업하여서 과제 후반부를 책임 맡겠다고 계획을 내고 덜컥 과제를 받았습니다.

 

과제의 전반이 끝나갈무렵 같이 과제하시던 임상의 선생님과 잠시 짧은 ‘대면’ (정색을 하고 결단을 도모함) 을 한 후에 - “선생님 이제 우리 결정해야해요, 사업 안 하실거면 과제 반납해야 합니다” - 책임을 지기로 하고, 법인을 엽니다. 대략 3년 반 전의 일입니다.

법인을 열기 전에 먼저 순서이긴 했는데 과제의 일정과 맞추다 보니 막상 학교와 병원에 겸직 승인을 받는 일은 뒤이어 진행이 되었습니다. 학교에 창업 심의 받으러 회의 가던 날에 식약처에서 탐색임상시험 승인 났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때만 해도 뭔가 살짝 가슴 웅장해 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이 다 나를 함께 도와주나 싶은.

 

물론, 그럴 일이 없고, 이후로 한편으로는 임상 승인 떨어진 지 한 달여 만에 탐색임상시험을 계획대로 성료하는 - 탐색임상이라 케이스 수가 매우 적었습니다 -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병원의 길고 지루한 겸직 승인의 여러 절차와 심의를 거치면서 맘이 계속 긴가민가 오가기도 했습니다. 몇 사람 자본금을 모아 회사 통장에 넣긴 했지만, 회사 사무실도 제대로 없고, 직원은 대표이사 1명에 그야말로 허허벌판 또는 그냥 거대한 허공 중에 붕 떠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한 가지 병원에 고마왔던 일이 있는데, 창업이라는 생경한 절차에 대해 공부할 수 있도록 투자사 전문가를 붙여서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는 컨설팅을 지원 받은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과외선생님을 붙여 받은 건데, 3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에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국가과제 연구계획서가 비즈니스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서로 탈바꿈하게 되는, 저의 마인드세팅도 그렇게 바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컨설팅의 최종 숙제는 유명한 투자계 전문가 세 분 앞에서 모의로 소위 IR을 하는 것이었는데 - 지금도 얼굴 뵙기 힘든 ‘높으신’ 분들이셨는데 - 다행히도 따끔한 조언도 주셨지만 전반적으로 초보치고는 나쁘지 않다는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그 다음 단계를 가는데 매우 유익한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과외선생님이었던 투자사 심사역 선생님은 다음에 언제 제가 크게 성장한다면 꼭 다시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좀 비싼 수업이긴 하지만 가능하다면 꼭 이런 수업을 거치시거나 아니면 그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멘토를, 이왕이면 여러 스타일의 복수로, 두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연말, 그야말로 섣달 그믐날 재단의 최종 겸직 승인 통보를 받고, 이듬해가 되고 창업한 지 대략 반년 정도 되던 무렵에, 드디어 투자, ‘남의 돈’을 끌어 받는 일을 해 보게 됩니다. 창업을 하시게 되면 우리나라가 정말 좋은 나라로구나 느끼게 되시는, 그 유명한 ‘팁스’ 프로그램에 올라가면서, 사업계획서, 회사소개서, 이런 것도 만들고, 몇 군데 투자사를 찾아가서, 국책과제 선정평가와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의, 심사를 받아봅니다.

 

이 단계부터는 심장이 조금씩 쫄깃해집니다. 투자를 혹시 못받으면 어떻게 하나, 액수가 얼마나 될까, 돈 떨어지기 전에 뭔가 그 다음 단계로 잘 가야할텐데, 뭔가 제대로 긴장이 되었고, 심사역의 질문서가 날아올 때마다 심장이 덜커덩 덜커덩하면서, 국책과제 선정평가와는 비교도 안되는 긴장감 속에 답변을 준비하였더랬습니다.

 

다만, 맘을 추스렸던 것은, 투자사의 평가나 질문 - 매우 예리합니다 - 들이 결국 저의 계획의 허점들을 잘 짚은 것들이었고, 그 답변을 고민하고 준비하면서, 사업의 계획으로서의 여러 빈칸들을 차곡차곡 채우는 느낌이어서, 이것은 유익한 과정이고 좋은 훈련이다 싶었습니다.

 

투자사도 많고 정부의 재정 지원도 풍성하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많은 분들이 결국 잘 받을 수 있어서 크게 긴장할 것은 아니지만, 많은 투자사를 만나고 때론 약간 기분 상하기도 하는 당혹스런 평가도 접해보면서 그 세계의 첫 경험을 보다 풍부하게 하는 것은 나중을 위해서 매우 유익한 스프링캠프 같은 기간이라 여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팁스 투자금과 정부지원금을 확보한 다음에는 잠시 다리 펴는 시기 같았습니다. 뭔가 국책과제 받은 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싶기도 하고, 어떻든 개발 열심히 하자, 이렇게 서너달 보내고 있는데, 우연한 기회로 소위 기관투자가를 처음 만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일반적인, 뭔가 대개의 경우 그러한, 그런 일은 아니고 그냥 예상치 않게 기회를 얻었습니다. 사업계획서를 다시 좀더 고쳐서 - 컨설팅 과외 받고서 만들고, 팁스 거치면서 더 다듬어서 꽤 그럴싸해진 계획서를 이제 약간 자신감도 가지면서 보완하여서 들고 갔습니다.

 

회사의 가치 소위 ‘밸류’라는 것을 계산 혹은 추산해 보는 일도 하게 됩니다. 역시 병원의 도움이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R&D사업단에서 도움을 받았거든요 (소개 드리고 싶은 맘 굴뚝 같지만 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첫 미팅과 뭔가 재무적 검토를 하는 두번째 미팅 - 여기에서 그 밸류라는 것을 논하게 되더군요 - 을 가졌고, 점잖고 우아하게 헤어졌습니다, 뭔가 기대감과 함께.

괜히 어줍잖은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 같아서 여기서 ‘에피소드1’을 일단 맺겠습니다. 이후로 이어지는 에피소드2에서는 미국 경쟁사와의 경쟁을 위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았던 시리즈A 투자 유치의 과정을 얘기드리려 합니다.

 

내년 봄 호에서. 내년 봄 호가 상당히 멀지만 나름 이야기에 재미를 드릴 수 있는 것은, 제품의 임상 현장 돌입을 위한 품목허가용 확증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을 시기여서 입니다. 부디 잘 진행이 되어서 한층 깊어진 스토리를 재미나게 들려드릴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지금 사실 임상허가를 향한 ‘고난의 행군’ 중인데 이 얘기를 포함해서…

코로나로부터 벗어나는 설레임과 희망의 가을을 맞고 있습니다.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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