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환자분, 어드벤처 장르 게임으로 3개월치 처방해 드릴게요!”
인간은 놀이를 즐기는 존재라는 의미의 ‘호모 루덴스’라 불리기도 한다.
출·퇴근길에 많은 사람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비디오 게임에 빠져있는 지하철 안 풍경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비디오 게임을 통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약’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차세대 신약으로 불리는 ‘디지털치료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관리, 예방하는 게임이나 앱, VR 같은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물론 모든 게임이나 앱이 치료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고 식약처 인허가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외에서 개발 중인 디지털치료제 대부분은 아직 기존 약물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혁신신약급(First-in-Class) 디지털치료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상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병원 연구자들은 디지털치료 신약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도전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 1유닛 연구자들의 첫 번째 목표는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 치료제 개발이다.
시야장애란 후두엽 시각피질 손상으로 앞에 놓인 세상의 반쪽을 인지하지 못하는 결손을 말하는데 아직 효능이 입증된 치료법이 없다.
1유닛 연구자들은 시지각학습 이론과 IT 기술을 융합해 VR 기기로 환자 맞춤형 시지각 훈련을 제공하는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했으며 식약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 받았다. 이 치료에 대한 환자들 반응도 뜨겁다.
"디지털 치료제, 부작용 거의 없고 신속하게 개량신약으로 업데이트 가능"
연구 소개에 눈물을 글썽인 환자, 웹사이트에 게시된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본 후 연구에 참여하겠다는 해외 환자들도 상당수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분야에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시지각학습 원리를 안과질환에 응용 및 확장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주용·이병주·문예지 교수와 협업해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각장애와 소아사시의 입체시 장애를 개선하는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임재성 교수와 함께 몰입형 비디오 게임을 개발해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인지개선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의약품보다 상대적으로 개발 및 임상시험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사용자 경험과 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게 개량신약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또한 의료현장 미충족 수요를 디지털 기술로 치료하는 병원 주도의 접근이므로 의료와 IT가 강한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다. 물론 디지털치료제가 임상 현장에 도입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 모두에게 낯선 형태의 약이 출현한 것이니 말이다. 정부 부처와 병원, 의료진, 기업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약 대신 게임을 처방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기사출처 : 비디오 게임이 신약으로 처방되는 세상 도래
데일리메디 서울아산병원 강동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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