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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BME

서울아산병원, 질병진단 지표와 투약 기록 입력해 몰랐던 치료 효과 찾아
November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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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의학과 김영학 교수(왼쪽), 오지선 부교수(오른쪽)

신약을 개발하여 시장에 출시하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이미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의 새로운 용도를 발굴하는 ‘신약 재창출’이 관심받고 있다.

 

 하지만 신약 재창출은 대개 임상시험이나 진료 현장에서 우연히 약제에 숨겨진 유용한 효과를 발견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보다 체계적이고 빠르게 접근하기 위해 최근 국내 연구진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에 사용하던 약제의 알려지지 않았던 효과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26일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김영학(왼쪽)·오지선 교수(사진 왼쪽부터)와 김도훈 임상강사 연구팀은 "91만여 명의 임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에 쓰이고 있는 약제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해내는 신약 재창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특정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 경과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검사 내역과 약물 처방력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입력하면, 수천 가지 이상의 약물 중 해당 질환의 치료 경과에 유의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 후보군을 선별해내고 추정되는 약효의 크기에 따라 우선순위를 책정해준다.

 

이때 알고리즘이 선별해낸 후보 약물군에는 이미 해당 질환에 효능을 인정받은 약물들이 대부분 포함된다. 그렇지 않은 약물이 포함된다면, 이 약물이 바로 신약 재창출 후보군이 되는 것이다.

 

즉 당뇨병의 진단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지표인 당화혈색소를 알고리즘에 입력하면, 당화혈색소 수치를 증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약물군을 추정되는 효과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해준다. 이때 당뇨가 아닌 다른 질환 치료제로만 사용되던 약물이 당화혈색소 수치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분류되면, 당뇨병 신약 후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게 된 약물은 기존에 특정 질환 치료제로 허가받는 과정에서 안전성과 작용 기전 등을 이미 검증받은 약물이다. 따라서 신약 개발 초기의 많은 과정을 최소화하고 바로 효능 검증과 승인 과정으로 진입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 위험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은 환자 91만여 명의 약물 처방 내역과 약 복용에 따른 혈액 검사 변화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학습시켰다.

 

모든 데이터는 환자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아 비식별 절차를 거친 후 활용되었다.

 

연구팀은 그중 임상 데이터가 많고 수치로 쉽게 약효를 파악할 수 있는 질병인 당뇨와 이상지질혈증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각 질병의 임상 지표인 당화혈색소와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알고리즘에 입력해 결과를 도출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증가하면 당뇨병을 의미하고, 혈중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하면 이상지질혈증을 의미한다.

 

그 결과 환자들에게 처방된 총 1,774개 약물 중에서 당화혈색소와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를 감소시키는 약물이 각 41개, 146개, 65개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이 찾아낸 약물들이 실제 치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의약품 분류체계(ATC, Anatomical Therapeutic Chemical classification)를 활용해 음성 예측도와 민감도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음성 예측도는 효과가 없다고 예측 분류한 약물이 실제로 해당 용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비율이고, 민감도는 알고리즘이 어떤 질환에 실제 효능이 있는 약물에 대해 치료 효과가 있다고 올바르게 분류하는 비율이다. 각 수치가 높을수록 알고리즘의 성능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LDL 콜레스테롤 약물의 경우 음성 예측도와 민감도가 각각 100%였다. 당화혈색소, 중성지방 약물의 경우 각각 음성 예측도가 95%, 98%, 민감도가 94%, 89%였다. 

 

또한 알고리즘에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임상 지표를 입력하면 여러 질환에 종합적으로 우선순위를 가지는 약물도 파악 가능해, 환자의 개인 건강 상태에 맞춘 최적의 약물 선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이 알고리즘을 통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중성지방, 당화혈색소 수치가 모두 높은 환자에게 종합적으로 이로운 효과가 있는 최적화된 약물의 우선순위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오지선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은 복잡한 의료 현장 데이터에 대한 까다로운 처리 과정 없이, 약물 처방력과 검사 이력 데이터만으로도 수많은 약물의 효과를 동시에 추정하고 선별해낼 수 있어 빠르고 효율적이다”라며, “이러한 시도는 신약 개발을 위한 비용, 시간,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더 많은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 교수(심장내과·정보의학과)는 “알고리즘이 도출한 신약 재창출 후보군이 새로운 질환 치료제로서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는 치료 효과 검증 단계, 신약 허가 승인 등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후보 물질 선정부터 임상 시험 단계 등 오랜 시간이 소요되던 초기 단계를 단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상자원부의 공동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임상약리학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임상약학 및 치료학회(IF=6.565)’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기사출처 : 빅데이터로 기존 약물 새 효과 발견해 신약 개발 속도 낸다

 

사이언스엠디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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