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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기간 절반 단축·부작용 확인 약물감시 제고
June 10 , 2020
▲ 종양내과 박숙련 교수
신약개발에서 가장 힘든 과정 중 하나가 바로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한 약물감시다. 그러나 현장에선 어려움이 많다. 우선 임상시험 기간 자체가 길지 않다. 한정된 인력으로 수많은 부작용 가능성을 살피다 보니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임상시험에 참가하는 환자들은 주로 중증에 국한돼 다양한 환자군의 부작용을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근 정부는 이 같은 약물감시 효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대규모 늘렸다. 과기부와 복지부는 지난 2019년 6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에 3년간 258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신약개발 기간을 기존 15년에서 최대 7~8년까지 절반은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 사업의 핵심적인 연구를 이끌고 있는 박숙련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를 만나 방향 및 내용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인공지능(AI) 활용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 과제’는 대규모 지원금이 투입된다. 사업 초기부터 의료계에서 관심이 높은 국책과제다. 소개 부탁
항암제 부작용 감시를 위한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장 중심으로 AI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약물 부작용을 조기 발견 및 대처하고, 또 필요한 각종 보고를 즉각적으로 해서 관련 규제를 만드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조기에 부작용을 예측하는 ‘약물감시’다. 조기 발견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약물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항암제의 경우 부작용이 심하고 빈도 역시 높다. 부작용이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약물감시가 특히 더 중요하다.
Q. 신약 안전성은 후향적인 약물감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그간 약물감시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새로운 플랫폼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 같은데
문제는 이 약물감시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항암제 안전성은 결국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임상시험은 일정기간 동안 특정 환자들에 대해서만 진행된다. 지정된 기간 동안 정해둔 효과와 안전성(부작용 여부)만 살피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임상연구 기간에는 발견하지 못한 문제들이 나중에 확인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임상연구는 대부분 특정한 ‘건강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선 요건에 맞는 암환자들이 아닌 당뇨나 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기저질환을 지닌 암환자들에게 약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임상시험은 이 같은 합병증을 겪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나중에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이게 항암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Q. 임상연구 과정에서 신약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학계에서 지적되는 임상연구 한계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근 이슈로 부각된 것은 임상연구 기간 자체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상연구는 주로 신약 가능성에 의존하는 말기 환자들에게만 쓰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부 당국에서 승인-심사 절차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처럼 임상연구 기간이 짧아지는 상황에서 약물에 대한 후속감시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자발적 공고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효율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제약사의 적극적인 보고는 제한적이고, 임상현장에서 바쁜 의사들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특이사항이 아니면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구 시발점은 이러한 약물감시 시스템의 부족하고 취약한 현실이다.
"임상연구와 다른 진료 현장서 약물감시 매우 어려운 실정이고 후속감시 더 중요해져"
"개발 목표 약물감시 시스템은 부작용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예측 가능한 체계"
"복잡한 알고리즘 구현이 관건, 즉각적인 증상 보고 위해 '모바일 앱' 연계 모델 구상"
"EMR, 매우 중요한 소스로 이를 기반한 수많은 데이터 활용하면서 효율성 제고 방안 모색"
"환자들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물감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
Q. 기존 임상시험만으로 약물 안전성과 임상현장에서의 효과를 충분히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AI 기반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약물 감시를 위해 의료데이터가 토대가 돼야 하는지
앞서 설명했듯이 사업단이 개발하는 약물감시 시스템은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어떻게 약물을 모니터링 하는가다. 물론 첫 단계는 다양한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행히 국내 의료데이터 인프라 자체의 폭은 넓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약회사 및 그 외 임상연구 데이터까지 폭이 넓다. 사업단은 현재 이 중 몇몇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Q. 의료데이터는 방대하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계획인지 소개
사업단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많은 것은 맞지만 데이터마다 장단점이 있다. 질병 임상 기록의 경우에는 일명 ‘3분, 5분 진료’로 여겨지는 우리나라 임상 현장에서는 모든 기록이 세세하게 기록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EMR이 중요한 소스가 된다. EMR의 경우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형식 통일의 이슈가 있다. 현재 의료정보학계에서 CDM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최적의 표준화된 양식을 만들어 검사 결과를 체계화된 방법으로 저장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CDM의 경우에도 이슈가 있다. 예를 들어, 피갑상선 호르몬 검사와 같은 객관적인 정보는 잘 잡아낼 수 있지만 주관적인 데이터는 아직 약하다고 생각한다.
각 의료데이터가 필연적으로 갖고 있는 단점으로 인해 퍼펙트한 형태의 약물감시가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심평원 데이터의 경우 보험이 되는 약제들이 어떤 증상을 가진 환자들에게 쓰였는지 누락없이 축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약제에 대한 정보는 포함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Q. 미래의료 핵심 활용기술로 여겨지는 AI가 빛을 보기 위해선 양질의 의료데이터가 계속 축적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병원, 의료진 및 환자들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데이터를 축적하는 병원 역할이 중요해질 것 같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비교적 데이터 표준이 잘 구축돼 있다고 평가받는다. 병원에 모이는 진료기록은 학문적으로 높은 값어치를 지닌 의료데이터다. 이를 잘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병원(의료기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환자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약물 부작용 감지 이슈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환자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보는 것과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이런 괴리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점은 약물 부작용에서 환자 ‘삶의 질’에 대한 부분이 간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들마다 불편함을 표현하는 정도가 다르다. “견딜만 했어요”, “참기 힘듭니다”라는 표현 등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의사에게 보고하거나 그렇지 않는 차이도 있다.
예를 들어, 약물을 투여 중인 환자 가운데 변비증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고 반대인 환자도 있다. 어떤 환자는 부작용으로 변비증상을 보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환자 입장에선 세세하게 의사에게 증상을 말하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물론 이를 받아들이는 의사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 종양내과 교수들만 보더라도 현실적으로 환자들의 치명적인 증상을 살피기에도 바쁘다. 이러한 실정을 극복하기 위해선 의료진-환자 양측 노력이 모두 중요하다.
Q. 약물 부작용에서 환자 ‘삶의 질’까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업단이 개발하고 있는 감시 시스템도 이런 점에 주안점을 뒀는지.
우리 사업단은 환자들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물감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삶의 질 관리는 중요한 이슈다. 이를 위해 또 주목하고 있는 것이 환자 스스로가 보고하는 경과다. 환자 자신의 부작용 종류와 정도를 세세하게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단이 만드는 플랫폼 중 이 같은 환자 보고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형태의 시스템이 있다. 의사를 잠깐 만나는 동안 다양한 증상을 일일이 보고할 때는 시간적인 문제도 있고, 환자가 모든 증상을 기억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우리가 개발하는 어플리케이션은 환자가 그때마다 증상과 투약기록 등을 손쉽게 기록하고, 의사가 단시간 내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모델은 이렇게 어플리케이션에 저장되는 환자 보고가 EMR 기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에 기록된 환자 정보가 의료정보인 EMR로 어떻게 안전하게 넘어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다.
지금까지 언급한 환자증상 보고 어플리케이션 및 AI기반 실시간 약물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는 아직 많은 난제가 있다. AI 분석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선 대단히 복잡한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하고, 의료데이터 활용을 높이기 위해선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형식 이슈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안전한 약물감시 시스템은 계속 연구 및 구축돼야 한다. 신약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진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한정된 기간에 소기의 결과를 창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 과제에 도전했다. 의료계는 물론 제약계, AI 산업체들에 이르기까지 다기관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인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직 사업이 초기단계다. 이후 단계에서 사업단이 제시하는 약물감시체계 및 의료데이터 활용 아이디어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기사출처 : "신약개발 기간 절반 단축·부작용 확인 약물감시 제고"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